요즘 주말 밤, 조용히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가 한 편 등장했다. 바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이 드라마는 익숙한 듯 낯선 공간, 산부인과에서 벌어지는 전공의들의 삶을 따뜻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tvN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영되며 총 12부작으로 구성됐다. 2025년 4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회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성격의 드라마로, 따뜻한 인간미와 의료 현장의 생생함을 담아내며 또 다른 울림을 전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1년차들의 일상이다. 각각의 인물은 다른 개성과 사연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진료실 안팎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주인공 오이영(고윤정)은 뛰어난 학업 성적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환자 앞에서는 늘 미소를 잃지 않지만,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표남경(신시아)은 패션 감각이 남다르고 야무진 성격이지만, 그 안에는 여린 감정을 숨기고 있다. 엄재일(강유석)은 아이돌 출신으로 의료계에 뛰어든 독특한 배경을 지녔고,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다. 김사비(한예지)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조용한 인물로, 생각보다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하는 교수진도 주목할 만하다. 서정민(이봉련)은 따뜻하면서도 때론 냉철한 지도력을 보여주며 전공의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공기선(손지윤)은 예측 불가한 감정 변화를 보이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류재휘(이창훈)는 부인과 전문의로서 뛰어난 실력과 경쟁심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관계'가 있다. 단순한 업무 관계를 넘어선 동료애, 때론 갈등과 오해, 그리고 조금씩 피어나는 신뢰와 우정. 오이영과 표남경의 관계는 서서히 가까워지며 진심을 나누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엄재일은 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김사비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동료들의 사정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따뜻한 시선의 인물이다.

배경이 되는 병원은 실존 병원을 일부 개조하여 세트와 병행 촬영으로 진행되었고, 산부인과 특유의 섬세한 분위기와 바쁜 진료 환경이 현실감 있게 담겨 있다. 특히 신생아 울음소리나 분만실의 긴장감 있는 장면 연출은 시청자의 몰입을 더한다.
OST도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 공개된 곡은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리노, 승민, 아이엔이 함께 부른 ‘START!’. 이 곡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전공의들의 심정을 경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곡으로, 드라마의 감성과 찰떡같은 궁합을 이룬다. 앞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OST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본은 김송희 작가가 맡았고, 연출은 이민수 PD가 책임진다. 김 작가는 섬세한 인물 심리 묘사에 강점을 가진 작가로,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맞추는 데 능하다. 이민수 PD는 드라마 '메디컬탑팀' 이후 오랜만에 의학 드라마를 맡으며,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안정적인 연출력으로 몰입감을 더하고 있다.
줄거리는 각각의 전공의가 겪는 고민과 성장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가며,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그려낸다. 때로는 생명을 지켜야 하는 무게감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작은 웃음과 위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들의 일상은 시청자에게 위안이 된다.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오이영이 본격적으로 산과 의사의 길에 의문을 품게 되는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표남경은 가족과의 갈등을 통해 한층 더 단단한 인물로 성장할 예정이며, 교수들과의 충돌, 동기들과의 연대는 점점 더 극적인 전개를 예고한다. 감정선도 점차 깊어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물 하나하나에 더 많은 애정을 느끼게 만든다.
결국 이 드라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생명을 다루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진심.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우리가 잊고 있던 따뜻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시청자들은 매주 주말 밤, 이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받고 있는지도 모른다.